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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소설] 보라색 치마를 입은 여자

by .^3^. 2020. 5.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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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보라색 치마’는 ‘나’가 사는 동네에서 누구나 알고 있는 유명인이다. 언제나 같은 옷차림에 푸석푸석한 머리를 하고서 일주일에 한 번꼴로 상점가에 나타나 빵집과 공원을 들른다. 스쳐가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기는커녕 눈길도 마주치지 않고 뚜렷한 직업 없이 오래된 빌라에 혼자 사는 보라색 치마는 모두가 알면서도 누구 하나 관심을 보이지 않는 존재이지만, ‘나’는 그녀와 친구가 되고 싶다는 일념으로 매일같이 뒤를 밟으며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고 기록한다.

공원에서 늘 앉는 벤치에 구인정보지를 가져다놓는 물밑작업 끝에 ‘나’가 객실 청소원으로 일하는 시내 호텔에 보라색 치마를 취직시키는 데까지 성공하지만, 염원대로 같은 직장에서 일하게 되고도 말 한번 붙이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일터에 적응해가는 모습을 보건대, 어째 보라색 치마는 생각보다 사회성이 좋은 것 같다. 어쩌면 ‘나’보다도.

소설 초반에 ‘보라색 치마’는 마치 도시전설의 주인공처럼 불온한 존재로 그려진다. 빈곤한 생활환경이 엿보이는 겉모습에 기본적인 의사소통 능력도 갖추지 못한 듯한 그녀를 묘사하는 주인공의 시점을 따라가다보면, 누구나 현실에서 한 번쯤 목격했을 법한 거리의 기인이나 사회 부적응자의 모습이 연상된다. 그러나 정기적인 일자리를 가지고 사회에 편입된 ‘보라색 치마’가 점점 정상성을 찾아가면서, 오히려 읽는 이를 불안하고 아슬아슬하게 만드는 건 화자인 ‘나’ 쪽이다.

‘나’는 어떤 목적으로 ‘보라색 치마’에게 접근하고 싶어하는가? 스토킹에 가까운 ‘나’의 행동 역시 제삼자의 눈으로 보면 정상에서 벗어나 있지 않은가? ‘보라색 치마’와 ‘나’는 알고 보면 거울의 양쪽처럼 꼭 닮은 모습이 아닌가? 아니면 ‘보라색 치마’는 혹시 ‘나’의 망상 속 존재일까? 꼬리를 무는 의문은 두 사람이 마침내 일대일로 대면하는 장면에서 극에 달하고, 이야기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폭주하듯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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